
2025 서울퀴퍼 : 우리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 윤재은 회원
제목으로 쓴 ‘우리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는 2025년 서울퀴어문화축제 슬로건입니다. 서울 광장을 뺏기고, 퀴퍼(퀴어문화축제 행사 중 하이라이트인 퀴어퍼레이드의 줄임말)에서 만나던 혐오 세력을 탄핵 광장에서 만나고… 그럼에도 우리는 멈추지 않고 다시 무지개 깃발 아래 모였습니다.

민변은 올해도 어김없이 서울퀴어퍼레이드에 부스, 행진으로 참여했습니다. 퀴퍼 기획단으로 15명의 회원이 모였고, 퀴퍼 당일에는 약 50여 명의 회원분들이 부스 운영 및 행진에 함께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모두의 결혼’ 부스에서도 민변 변호사님들과 만나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우리 모임이 성소수자 인권 증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였습니다.

부스에서는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디딤돌, 걸림돌 판결 투표’, ‘무지개 판사 되어보기’를 진행했습니다.
‘디딤돌, 걸림돌 판결 투표’는 2024년 퀴퍼부터 2025년 퀴퍼까지 있었던 성소수자 인권 관련 판결 중 인권 증진에 도움이 되는 디딤돌 판결과 그렇지 않은 걸림돌 판결을 각 4개씩 선정하여 퀴퍼 참가자들에게 ‘최고의 디딤돌’과 ‘최악의 걸림돌’판결 투표를 받는 프로그램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진행한 행사이고, 올해는 약 1000여 명의 참가자들이 투표에 참여해 주셨습니다. 투표에 참여해 주신 분들께는 박한희 변호사님께서 직접 디자인한 판례 스티커를 나눠드렸는데 트위터에서 반응이 아주 좋았습니다! 투표 결과는 보도자료1) 를 참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보도자료] 2025 서울퀴어퍼레이드 시민 투표 ‘최고의 디딤돌 판결’, ‘최악의 걸림돌 판결’ 선정 바로가기

‘무지개 판사 되어보기’는 무지개 수단으로 꾸민 무지개 법복을 입고 법원의 판결 문구 중 마음에 드는 문구를 들고 인증샷을 찍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많은 참가자분들께서 “차별ㆍ혐오 표현의 금지는 헌법상 인간의 존엄성 보장 측면에서 긴요하다”라는 판결 문구를 골라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후원 프로그램도 진행하였습니다. 후원해 주신 분들께 금속 배지와 디자인 스티커를 나누어 드렸습니다. 탄핵 광장에 퀴어와 앨라이들의 참여가 활발했다는 점은 다들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리고 저희 민변 회원들도 노란 조끼를 입고 탄핵 광장을 지켰습니다. 그래서 이번 퀴퍼 굿즈는 광장의 무지개와 노란 조끼를 활용한 디자인으로 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있었고, 디자이너께서 이러한 아이디어를 아름답게 구현해 주셨습니다. 재작년부터 민변의 굿즈 디자인을 맡아주고 있는 저의 파트너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조상필 간사님께서 찍어주신 퀴퍼 사진을 보니 회원님들 얼굴에 다들 행복이 가득해 보였습니다. 퀴퍼는 말 그대로 축제의 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축제 현장과 대비되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얼마 전, 인터넷상에 유통되어서는 안 되는 불법정보의 범위에 혐오 표현을 추가하는 취지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가 철회되었습니다. 혐오 표현의 종류에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하는 차별적 표현’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보수 개신교계의 엄청난 민원이 쏟아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법안, 조례든 ‘성적 지향’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민원 폭탄을 투하하는 사람들, 퀴어문화축제 현장에서 반대 집회를 하는 사람들, 동성애가 창궐한다며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예배를 여는 사람들, 우리는 이 사람들을 다른 곳에서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바로 탄핵 광장의 반대편입니다.
윤석열의 불법 계엄을 비호하며 빨갱이를 척결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한 손현보, 전광훈 세력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손현보는, 2024년 대법원의 동성부부 피부양자 자격 인정 판결 이후 ‘10.27 차별금지법 반대 연합예배’라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던 사람입니다. 이 집회에는 경찰 추산 23만 명이 모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손현보 목사는 보수 개신교계의 새로운 리더로 등장했고, 계엄 국면에서 전국을 돌며 전한길과 ‘save korea’라는 집회를 열었습니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혐오로 뭉치고 혐오를 먹고 자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극우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 집회에는 국민의힘 국회의원들도 여럿 얼굴을 비췄습니다.

이렇게 보수 개신교 세력이 보수 정당과 함께 성장하며 제도권 정치에 영향력을 넓혀 가는 와중, 차별금지법은 번번이 보수 개신교계의 반발로 철회되었고 아직까지 발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않고 있던 사이, 혐오 세력은 성소수자 혐오를 연료로 무럭무럭 자라 내란을 옹호하는 극우가 되었습니다. 이제 민주당은 새로운 대통령을 배출했고 국회 과반 의석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국회가 보수 개신교의 공격에 물러선다면, ‘극우’라는 정치세력으로 발전한 보수 개신교계에게 다시 한번 성소수자 혐오라는 성장기반을 제공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차별금지법 제정, 혐오 표현의 규제가 내란 청산의 첫 단추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극우 세력은 민주주의의 가장 약한 고리를 계속해서 찾아 공격할 것입니다. 지금은 성소수자가 약한 고리 중 하나입니다.

우리 모임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소속 단체입니다. 저도 모임 회원으로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겠습니다!
(*성소수자 혐오와 극우 세력에 관해서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극우리포트’를 참조하였습니다. 회원님들께도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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