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차] 이재용 1심 판결로 살펴보는 디지털증거에 대한 증거능력 판단법리 ③
- 사안의 쟁점
지금까지 서버, 노트북 등에 관한 사안을 살펴보았다면, 오늘은 휴대폰 문자메시지에 관한 내용입니다. 이른바 ‘장충기 문자’로 언론에 보도되었던 사안으로, 이 부분의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아래와 같습니다.
① 검찰은 2016. 11. 7.경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로부터 피고인 C의 신체 및 차량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영장번호 2016-28412-9, 이하 ‘이 사건 신체·차량용 영장’), 삼성전자 및 삼성그룹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영장번호 2016-28412, 이하 ‘이 사건 사무실용 영장’), 피고인 C의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2016-28412-3, 이하 ‘이 사건 주거용 영장’)을 각 발부받았음.
② 검찰은 2016. 11. 8. 06:40경 삼성그룹 본사 사옥에서 삼성전자의 법무실 소속 변호사에게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한 다음, 그 변호사와 함께 사옥 40층에 위치한 미래전략실에 올라가 피고인 C에게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하고 압수·수색의 취지를 설명한 후에 집행을 시작하여, 피고인 C의 사무실에서 피고인 C가 사용하는 휴대전화(이하 ‘이 사건 휴대전화’라고 한다), 태블릿PC 등을 이 사건 신체 및 차량용 영장에 근거하여 위 압수하였음.
③ 검찰은 피고인 C에게 ‘휴대폰(SM,-G150NK) 1대’, ‘태블릿PC(SM-P900)’ 등이 기재된 압수목록을 교부, 피고인 C는 위 휴대전화를 제출하였다는 취지의 ‘정보저장매체 등 제출확인서’에 서명하고, 향후 위 휴대전화의 이미징, 전자정보의 탐색, 복제, 또는 출력 등 증거 확보 과정에 참관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이미징 등 참관 여부 확인서에 서명함.
④ 검찰은 2016. 11. 9.경 디지털포렌식 담당 지원팀에 위 휴대전화 및 태블릿PC에 대하여 모바일포렌식을 요청하였고, 위와 같은 모바일포렌식 요청을 받은 지원팀은 2016. 11. 11. 검사에게 ‘2016요청17265에 대한 결과 회보(증거분석)’ 문건(이하 ‘이 사건 모바일포렌식 결과 회보서’이라 한다)을 전송하는 방법으로 모바일포렌식 결과를 보고함. 위 모바일포렌식 결과 회보서의 ‘기안요지’ 중 ‘요청사항’ 란은 공란으로 되어 있고, ‘결과요약’ 란에는 ‘태블릿에 포함된 메모리카드에는 영화 자료만 존재하여 별도 파일추출은 하지 않음, 이미징 및 추출파일 업로드 완료’라고 기재되어 있음.
이 사안의 쟁점은, (ⅰ) 선별절차 이행여부, (ⅱ) 전자정보 상세목록 교부의무 이행여부, (ⅲ) 범죄혐의와 무관한 전자정보의 삭제·폐기의무 이행여부 등이었고, 1심 법원의 판단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 이 사건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에 대한 ‘선별절차’ 이행 여부 : 위법
① 이 사건 공판 과정에서 검사가 피고인들의 변호인들에게 제공한 “C_2016-17265-1_SM- G150NK-ALL.xls” 파일에는 가족 사이의 순수한 사적·일상적 안부에 관한 문자메시지나 대량발송된 경·조사 공지 및 광고 메시지 등이 포함되어 있고, 피고인 C의 휴대전화 전자정보 중 문자메시지는 약 14,000개에 이르는데, 그 중 상당수가 이 사건 신체·차량용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는 무관한 문자메시지로 확인됨.
② 검사는 이 사건 휴대전화가 업무용 휴대전화였고, 휴대전화 사용 기간이 피고인 C가 대관업무를 하던 시기였으므로, 이 사건 휴대전화에 저장된 모든 문자메시지가 이 사건 신체·차량용 영장의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나, 검사의 주장 자체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가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성이 있는지 선별 절차를 진행한 후 이 사건 휴대전화에 저장된 일체의 문자메시지를 압수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검사의 주장은 피고인 C의 업무성격 등을 고려할 때 휴대전화의 모든 전자정보가 범죄혐의와 관련성이 있다고 이미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개별 전자정보의 구체적 내용은 살펴볼 필요가 없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음.
- ‘전자정보 상세목록’ 교부의무 이행 여부 : 위법
① 이 사건 신체·차량용 영장의 ‘압수 대상 및 방법 제한’에는 ‘전자정보의 탐색·복제·출력 완료 후 지체 없이 압수 대상 전자정보의 상세목록을 교부할 것’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검사는 피고인 C에게 전자정보 상세목록이 교부되었다는 점을 인정할만한 아무런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인 C 및 그 변호인은 이 사건 휴대전화 압수 절차에서 선별 절차가 없었다는 점을 확인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임.
② 검사는 휴대전화가 압수된 경우 전자정보 상세목록은 1개의 엑셀 파일로 제공되는데, 문자메시지의 경우 개별 문자메시지별로 파일명이 기재되는 것이 아니라, ‘DBFile’ 시트에 ‘mmssms.db’라는 이름의 파일로만 기재되므로 피고인 C가 이러한 파일명을 확인하였다 하더라도 권리보호의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나, ⑴ 전자정보 상세목록은 준항고 등 피압수자의 권리보호절차에서 가장 기초적인 자료가 될 수 있는 정도로 작성되어야 하므로, 압수된 전자정보의 내역을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하는 점, ⑵ 이 사건 휴대전화 압수 당시에 이 사건 공판과정에서 검사가 피고인들의 변호인들에게 제공한 “C_2016-17265-1_ SM-G150NK-ALL.xls” 파일명이라도 제공되었더라면, 피고인 C 및 그 변호인은 이 사건 휴대전화 압수절차에서 선별절차가 있었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⑶ 압수된 전자정보의 내역을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보이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C에게 전자정보 상세목록이 제공되지 않은 것은 피고인 C의 권리보호를 위한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정도에 이르렀음.
- 범죄혐의와 관련성 없는 ‘정보의 삭제·폐기의무’ 이행 여부 : 위법
① 이 사건 신체·차량용 영장의 ‘압수 대상 및 방법의 제한’ 부분에는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의 탐색․복제․출력이 완료된 후에는 지체 없이 피압수자 등에게 압수 대상 전자정보의 상세목록을 교부하여야 하고, 그 목록에서 제외된 전자정보는 삭제·폐기 또는 반환하고 그 취지를 통지하여야 한다’라고 기재되어 있음.
② 그런데, 검찰은 이 사건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있던 전자정보를 대검찰청 D-NET서버에 저장하는 방법으로 보관하여왔고, 이를 로컬 PC에 엑셀 파일 형태로 저장한 후 이 사건 공판과정에서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보이는바, 검찰은 이 사건 신체·차량용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를 삭제·폐기 또는 반환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임.
- 소결 및 생각해 볼 내용
법원은 언론기사로도 엄청난 양으로 보도되었던 ‘장충기 문자메시지’의 증거능력을 위와 같은 사유들을 근거로 전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알고 있는 문자메시지의 내용이 위 사건의 피고인에 대한 형사재판에서는 증거능력의 문턱을 넘지 못해 실체 심리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럼에도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문구 하나하나의 규범적 의미를 구체적 재판에서 실질적인 증거능력 판단의 중요 요소로 삼았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변론을 하다 보면 피고인의 문자메시지 수천건, 수만건이 증거기록에 그대로 편철되어 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이재용 회장 판결례에서 확인되는 것과 같이, 그 문자메시지 중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범죄혐의사실과 관련성이 있는 메시지들만 압수의 대상이 되고, 그 이외의 나머지는 모두 삭제·폐기 되어야 합니다. 수사기관은 문자메시지 하나하나씩을 개별적으로 논리이미징 할 수 없다거나 포렌식으로 문장별로 추출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합니다만, 형사소송법과 대법원 판례 법리는 ‘현장에서의 선별절차 이행’과 ‘유관정보만 추출하여 복제·출력’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메시지만 출력하면 되는 것입니다.
또한 이번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면, 선별절차라는 것이 정보저장매체에서 전자정보를 추출하는 절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혐의와 관련성이 있는 정보를 선별하는 절차를 의미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알 수 있습니다. 즉 휴대폰이 압수된 상황을 기화로, 그 안에 있는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 등 SNS 메시지 등을 전체로 추출하여 이를 통째로 수사기관이 복제·저장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는 것입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