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인권위][성명]
“피해자의 진실은 사라질 수 없다 – ‘공소권 없음’ 처분에 앞서,
피해사실을 인정하고 기록하라”
— 권력형 성폭력 구조 해체와 2차 가해 중단,
진영논리 왜곡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담아 —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성폭력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사망하였다. 경찰은 곧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우리는 가해자의 사망이 피해자의 존재를 지우고,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는 도구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
피해자는 용기 있게 자신의 피해를 드러내고 진술하였다. 수사기관에는 피해 사실을 뒷받침할 진술과 증거가 이미 제출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의 사망으로 인해 사건이 ‘불기소 종결’되면, 피해자는 어떤 공적 절차에서도 자신의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채 또다시 침묵을 강요받게 되는 셈이다.
이 사건은 단지 개인 간의 성범죄가 아니라, 권력과 위계 속에서 벌어진 전형적인 권력형 성폭력 사건이다. 그러나 피해자가 입을 열자, 일부 정치세력과 언론, 온라인 커뮤니티는 사건을 정치적 진영 논리로 몰아가며, 피해자의 용기를 폄훼하고 여성단체의 대응마저 비난하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명백한 2차 가해이자, 구조적 성차별의 반복이다.
우리는 분명히 말한다. 피해자의 진술은 정치의 도구가 아니다. 피해자의 고통을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도모하거나, 여성 인권운동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삼는 행태는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
가해자의 사망은 형식적인 사건 종결 사유일 뿐이며, 범죄 혐의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수사기관은 확보된 진술과 자료를 바탕으로 혐의의 존재 여부를 독립적으로 판단하여, 피해 사실이 인정된다는 점을 수사보고서 및 종결 문서에 명확히 기록해야 한다. 이는 법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며, 실제 영국에서는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수사를 종결하지 않고 경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피해자가 희망하는 경우 사건에 대한 재심사 요구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가해자의 사망으로, 진실까지 함께 사라지는 사회를 용납할 수 없다. 그리고 반복되는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 피해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 또한 더 이상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수많은 권력형 성폭력 사건을 겪어왔으며, 그때마다 피해자는 고립되었고, 가해자는 구조의 보호 속에 은폐되었다. 권력과 위계를 이용한 성폭력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명백한 구조의 문제이다. 이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성적자기결정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으로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는 그 자체로 범죄임이 명확히 규정되어야 한다. 이번 성폭력 사건 또한 준강간치상 혐의로, 현행법에서는 ‘심신상실 및 항거불능’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어 피해자의 명확한 진술과 증거에도 불구하고 피해 구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최근 일부 세력은 본 사건에 대한 여성단체의 대응을 문제 삼으며, 과거 안희정, 박원순 사건과의 대응을 비교하며 여성운동의 정치적 편향성과 선택적 분노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우리는 단호히 말한다. 성폭력은 그 발생 주체나 정치적 소속과 무관하게 동일한 기준으로 다뤄져야 하며, 여성단체들은 과거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성폭력 가해 권력자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여성운동은 특정 진영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목소리와 인권의 원칙을 중심으로 형성된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사회운동이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경찰은 ‘공소권 없음’ 처분을 하더라도, 피해자의 진술과 증거를 바탕으로 피해 사실이 인정된다는 점을 수사 문서에 명확히 기록하라.
- 피해자가 ‘피해자’로서 존재를 확인받을 수 있도록, 종결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라.
- 가해자 사망을 이유로 진실이 묻히지 않도록, 향후 유사 사건에 적용 가능한 수사 및 기록 원칙을 제도화하라.
- 이번 사건을 진영 논리로 환원하며 피해자를 공격하고, 여성단체의 대응을 비난하는 모든 2차 가해를 즉각 중단하라.
- 반복되는 권력형 성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성행위에 대해 명확히 책임을 묻기 위해 동의여부를 구성요건으로 하여 강간죄를 조속히 개정하라.
피해자의 목소리는 지워질 수 없다. 진실을 기록하고, 책임을 묻고, 기억하는 일은 사회가 피해자에게 실현해야 할 최소한의 정의다.
2025년 4월 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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